SK온 배터리로 만든 페라리 루체, 350kW 충전에 20분 70kWh 탁월한 성능과 논란인 디자인































페라리(Ferrari)가 5월 25일 이탈리아 로마 벨라 디 칼라트라바(Vela di Calatrava)에서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페라리 루체(Ferrari Luce)를 세계 최초 공개했다. 날짜 선택도 의도적이다. 1947년 오늘, 페라리 125 S가 카라칼라 온천(Baths of Caracalla) 서킷에서 열린 로마 그랑프리를 제패하며 전설의 첫 장을 열었다. 79년 후 페라리는 같은 도시에서 새 챕터를 선언했다.
가격은 유럽 기준 약 55만 유로(한화 약 9억5500만 원)에서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약 44만 파운드, 미국은 약 64만 달러 수준이다. 올해 4분기 출고가 시작된다.
페라리 역사상 첫 5인승, 첫 4도어 전기차
루체는 페라리 역사상 두 번째 4도어 모델이자 처음으로 5인승 레이아웃을 채택한 차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5번째 좌석을 불가능하게 했던 트랜스액슬 구조의 제약이 전동화로 사라진 덕분이다. 센터 터널도 없어졌다. 배터리를 플로어 아래 통합하고 후방 좌석 밑까지 배치해 공간을 극대화했다. 트렁크는 597리터로 페라리 역사상 최대다.
차체 크기는 전장 5026밀리미터, 전폭 1999밀리미터, 전고 1544밀리미터, 휠베이스 2961밀리미터다. 푸로상게(Purosangue)보다 53밀리미터 길고 45밀리미터 낮다.
조니 아이브와 마크 뉴슨이 만든 디자인
루체의 외관은 페라리 디자인 스튜디오가 아닌 외부 크리에이티브 그룹 러브프롬(LoveFrom)이 주도했다. 아이폰과 아이맥을 설계한 조니 아이브(Sir Jony Ive)와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Marc Newson)이 이끄는 조직이다. 뉴슨은 발표 현장에서 "페라리와 6~7년간 완전히 하나로 녹아든 채 작업했다"고 말했다.
디자인의 핵심은 '글라스하우스'라 불리는 유리 차체 구조다. 유리 셸이 벨트라인 아래까지 연장되고, 앞뒤 에어로다이내믹 윙이 그 외곽을 떠 있듯 감싸는 형태다. 전후방 라이트 패널은 투명 소재의 1차 면으로 처리돼 소등 시 형태 안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페라리 역사상 양산차 최대 스태거드 휠로, 전륜 23인치, 후륜 24인치를 신었다. 공기저항계수는 퓨리상게 대비 25% 낮으며, 페라리 양산 로드카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1050마력·0→100km/h 2.5초·310km/h
파워트레인은 네 바퀴에 각 1기씩 총 4기의 영구자석 동기 모터를 배치한다. F80 하이퍼카에서 파생된 래디얼 플럭스 방식으로, 전방 모터는 분당 3만 회전, 후방 모터는 분당 2만5500회전까지 돈다. 최고 합산 출력은 772kW(1050마력), 런치 컨트롤 기준 0→100km/h 2.5초, 0→200km/h 6.8초, 최고 속도 310km/h다. 공차 중량 2260킬로그램임에도 무게 중심이 푸로상게보다 95밀리미터 낮고, 요 관성도 15% 작다.
배터리는 마라넬로(Maranello) 공장에서 직접 설계·조립한 122kWh 용량으로 800V 아키텍처를 쓴다. 한국 배터리 업체 SK온(SK On)과 공동 개발한 파우치형 셀 210개로 구성됐다. WLTP 기준 주행 거리는 530킬로미터 이상이며, 최대 350kW 직류 급속충전을 지원해 20분에 70kWh를 충전할 수 있다.
e-마네티노(e-Manettino)와 기존 5단계 마네티노(Manettino)가 스티어링 휠에 나란히 자리한다. 레인지 모드에서는 출력 320kW·최고 속도 260km/h, 투어 모드 460kW, 퍼포먼스 모드 725kW로 단계별로 열린다.
소리도 조작계도 '인공'은 없다
전기차임에도 페라리는 '가짜 사운드'를 거부했다. 리어 액슬 하우징에 달린 정밀 가속도 센서가 회전 부품의 실제 진동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이를 일렉트릭 기타 앰프 방식으로 필터링·증폭해 실내외로 내보낸다. 운전자가 패들을 조작하거나 e-마네티노를 퍼포먼스 모드로 올릴 때만 소리가 강해지는 구조다. 발표 현장에서 테스트 책임자 라파엘레 데 시모네(Raffaele de Simone)는 "소리는 진짜다. 어디서 나오는지 눈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내 조작계도 같은 철학이다. 뉴슨은 "전기차라고 해서 전자 장치에 지나치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며 "최소한의 주의 분산"을 원칙으로 삼았다. 물리 버튼·다이얼·토글·스위치가 삼성 디스플레이(Samsung Display)와 공동 개발한 OLED 패널과 결합된다. 총 4개 OLED 패널(12.9인치·12인치·10.1인치·6.3인치)이 들어가며, 계기판 화면은 두 개 패널을 겹쳐 쌓아 시각적 입체감을 만들어낸다. 세계 최초로 자동차에 적용되는 'E-Ink' 디스플레이 탑재 코닝 고릴라 글라스(Corning Gorilla Glass) 키가 도킹되는 순간 시스템이 켜진다.
베네데토 비냐(Benedetto Vigna) 페라리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전 파워트레인에서 처음으로 고객에게 완전한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는 브랜드가 됐다"고 말했다.
포르쉐와 람보르기니가 전동화 속도를 조절하는 상황에서 페라리의 이번 행보는 약 55만 유로짜리 전기차가 페라리의 공식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지를 시장에 묻는 승부수다. 답은 올해 4분기 첫 출고가 시작되면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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